“펜벤다졸, 항암제 아닌 동물용 구충제” 약사회, 각별한 주의 당부
-
최근 동물에게 투약하는 ‘펜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를 섭취해 말기 암을 치료했다는 불확실한 정보가 급부상함에 따라, 대한약사회가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각별한 주의 당부에 나섰다.
이달 20일, 대한약사회는 전국 회원약국에 펜벤다졸(Fenbendazole) 성분의 동물용의약품 판매와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금번 주의 요청은 최근 개 또는 고양이에게 투약하는 펜벤다졸 성분 동물용 구충제를 섭취해 인체 말기 암을 치료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암환자 커뮤니티, 인터넷 영상매체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 2018년 ‘네이처’에 실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을 살펴보면, 펜벤다졸은 비소세포성폐암(NSCLC), 림프종, 전립선암, 췌장암, 직장암 등에 치료효과가 있으며, 암세포의 microtuble을 저해하는 기전으로 세포사멸(Apoptosis)을 유발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펜벤다졸은 개, 고양이의 회충, 십이지장충, 편충, 촌충 및 지알지아 등 내부기생충 감염의 예방 및 치료제로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또한 소, 말, 양, 염소 등 산업동물용으로도 생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약사회는 “비록 펜벤다졸의 항암활성에 대한 일부 연구 및 복용사례가 알려진 상태이나, 이러한 이유로 펜벤다졸을 암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항암활성에 대한 연구는 실험실적 연구(in vitro) 혹은 마우스 등 동물실험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말기암 환자와 관련된 사례 역시 펜벤다졸만 복용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펜벤다졸을 동물에게 투여할 시 타 약물에 비해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정보가 있으나, 사람에 대한 용법·용량은 검증된 약물이 아니다. 심지어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과 같은 생명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보인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대한약사회 김성진 동물약품위원장은 “사람에 대한 효능,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단순히 실험실적인 동물 실험 자료만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험실 실험 → 동물 실험 → 인체 실험 1상 → 2상 → 3상 임상시험을 거쳐 그 유효성과 안정성이 입증돼야 인체용 의약품으로 허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진 위원장에 따르면, 인체용 의약품은 허가 후 판매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사용례를 추적·수집해 재검증을 거치는 등 매우 신중하고 엄격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약사회 김대업 회장은 “암과 고통스럽고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신 환자분들, 특히 말기암 환자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암을 치료할 목적으로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직 사람에 대한 부작용 사례 또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복용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동물약국에서도 허가된 용법·용량 외의 판매는 하지 말아야 하며, 소비자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구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관광신문
<저작권자 © 메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로